연말 사내 송년회, 왜 네트워킹이 안 될까? HR팀의 시행착오에서 찾은 흐름 설계의 힘

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회의 안건에 하나가 추가됩니다.
“올해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까요?”

메뉴 정하고, 장소 예약하고, 시상식 준비하고, 게임 몇 개 섞어 넣으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행사를 치르고 나면 이런 피드백이 돌아옵니다.

• “재미는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과 얘기한 기억은 잘 없다.”
• “결국 친한 사람들끼리만 앉아서 밥 먹었다.”
• “네트워킹 타임이라고 했는데, 그냥 어색한 자유 시간 같았다.”

저희도 몇 년 동안 똑같이 헤맸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프로그램 부족”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설계되지 않은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 구조 자체였다는 것을요.

1. HR팀의 연말은 원래 ‘네트워킹’을 챙길 여유가 없다

연말은 HR/경영지원팀에게 가장 빡센 시즌입니다.

• 인사평가 정리
• 연봉/보상 관련 검토
• 조직 개편 논의
• 다음 해 채용/교육 계획
• 각종 결산 보고

이 바쁜 와중에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까지 챙기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갑니다.

1. 장소부터 잡자 (호텔 연회장, 뷔페, 사내 홀 등)
2. 인원 파악하고 예산에 맞게 식음 기획
3. 대표님 인사말, 시상식, 레크 프로그램 세팅

여기까지 맞추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미 “큰 틀은 끝났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네트워킹 구조를 따로 설계할 시간, 솔직히 잘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선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 호텔 연회장 입구. 체크인은 그냥 A4 출력 명단에 줄 긋는 방식.
• 자리는 “그냥 팀별로 알아서 앉으시면 됩니다”로 시작.
• 네트워킹 타임은 “이제 자유롭게 돌아다니시면서 다른 분들과 인사 나누세요!” 한 마디로 끝.

그리고 10분 뒤, 대부분은 자기 팀 테이블에서 의자에 고정됩니다.

2. 첫 번째 시도: 게임과 미션지로 분위기를 띄워보려 했지만

처음 저희가 시도한 방법은 게임과 미션지였습니다.
“사람들이 어색하니까, 뭔가 몸을 쓰는 프로그램을 넣으면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도입했습니다.

• 팀별 점수 내기 레크리에이션
• “다른 부서 사람 3명 이상과 셀카 찍기” 미션
• 스탬프 찍어오면 경품 응모권 주는 이벤트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랬습니다.

• 일부 팀은 열심히 참여하지만, 어떤 팀은 끝까지 미묘하게 지켜만 본다.
• 미션은 하는데, 대화는 깊어지지 않는다.
• 사진을 찍고 스탬프를 받으러 다니지만, 얼굴과 이름, 하는 일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결국 행사 끝나고 나면 이런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 재밌긴 했는데… 네트워킹이라고 부르긴 애매하네요.”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건,
사람들이 필요한 건 “재미”가 아니라 안전하게 말을 걸 수 있는 맥락과 흐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3. 두 번째 시도: 외부 MC를 불러도 근본 문제는 안 변했다

다음 해에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아마추어고, 프로에게 맡기자.”

그래서 이벤트 MC를 섭외해서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 흐름을 맡겨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 오프닝은 확실히 더 활기찼습니다.
• 레크도 진행이 매끄럽고 전체 볼륨감도 좋았습니다.
• 그런데 테이블 안에서의 ‘진짜 대화’는 여전히 비슷했습니다.

외부 MC는 조직 특유의 미묘한 관계, 팀 간 거리감, 상사와 부하의 긴장감을 모릅니다.
“여러분, 옆 테이블 분들과 인사 나눠볼까요?”라는 멘트가 나와도
이미 앉아버린 구조, 이미 굳어버린 테이블 구성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때 저희가 느낀 건 이거였습니다.

“네트워킹은 진행 멘트만으로 만들 수 없다.
구조와 동선이 막혀 있으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사람은 안 움직인다.”

4. 전환점: 네트워킹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깨달음

세 번째 해쯤, 저희는 송년회를 끝내고 회고를 길게 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우리가 진짜 만들고 싶은 장면은 뭘까?”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1. 첫 10~15분에 누가 어디에 앉는지가 그날 네트워킹의 80%를 결정한다.
2. 서로에 대해 아무 정보 없이 섞어놓으면, 대부분은 ‘침묵’을 선택한다.
3. ‘말을 걸어도 괜찮은 상태’를 만들어주는 흐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때부터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 ‘프로그램 리스트’를 짜는 대신,
  입장 → 체크인 → 자리 배치 → 첫 대화 → 대화 확장
  이 흐름을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 누가 누구와 만나면 좋은지,
  최소한 “같이 얘기해 볼 만한 연결고리”가 있는지 데이터를 미리 보고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전등록–체크인–테이블 구성–피드백까지를 하나로 묶어서 보게 되었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운영 백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건, 개별 툴을 여러 개 붙이는 게 아니라 CongKong의 콩콩 오퍼레이션 플랫폼(CoP)을 중심에 두고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 흐름을 한 줄로 꿰는 방식이었습니다.

5. 흐름을 다시 설계한 이후, 현장이 달라진 방식

이후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를 준비할 때, 저희의 출발점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 사전등록 단계에서부터 ‘대화의 재료’를 모은다

사전등록 양식에 이런 항목을 아주 가볍게 추가했습니다.

•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 요즘 관심 있는 주제(일/취미 상관없이)
• 다른 부서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한 줄

이 정보는 CoP 안에서 자동으로 정리되고,
체크인 이후의 테이블 구성과 첫 대화 주제 추천에 활용됩니다.

이걸 기반으로, EZRA 같은 실시간 네트워킹 도구를 접목하면
“누가 누구랑 앉으면 대화가 잘 풀릴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화려한 추천 알고리즘이 아니라,
“말을 걸어도 어색하지 않을 공통분모”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2) 체크인부터 테이블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예전에는 체크인은 단순 출석 확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바꿨습니다.

• 체크인 시, 참석 여부와 함께 “지정 테이블” 혹은 “추천 존” 안내
• 테이블별로 섞이도록 부서/직급/프로젝트 경험을 적당히 배분
• 각 테이블에 아예 초기 대화 카드 몇 장 비치

그래서 입장–체크인–자리 배치가
“그냥 앉으세요”가 아니라
“이 테이블에 앉으면, 이런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로 바뀝니다.

3) 첫 10분에만 집중해도, 뒤는 훨씬 편해진다

저희가 느낀 건,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는 사실상 ‘첫 10분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담당자로서 이렇게만 챙깁니다.

• 사회자 멘트는 짧게, 대신 테이블 자기소개 흐름을 분명하게 안내
• “이 질문 하나만 먼저 나눠보세요” 수준의 아주 쉬운 아이스브레이크
• 팀장이 먼저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도록 사전 브리핑

여기까지만 잘 돌아가면, 뒤에 자유 네트워킹 타임을 길게 잡지 않아도
테이블 단위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6. 돌아보며 정리해 본,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에서 배운 것들

몇 년간 실패와 조정을 반복하면서 저희가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1. 네트워킹은 장치가 아니라 흐름이다.
   게임, 미션, 레크는 흐름을 돕는 도구일 뿐, 네트워킹 그 자체는 아닙니다.
2. 첫 10~15분의 구조가 그날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체크인, 자리 배치, 첫 질문. 이 세 가지만 정교하게 설계해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3. 데이터는 ‘사람을 돕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복잡한 리포트보다, “누가 누구랑 앉을지”를 돕는 간단한 정보가 현장에서는 훨씬 가치 있습니다.
4. 시스템은 티 나지 않을수록 좋다.
   CoP처럼 뼈대가 되는 운영 플랫폼은
   참가자 눈에 과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뒤에서 사전등록–체크인–테이블–피드백을 매끄럽게 이어주면 충분합니다.
5. 담당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시스템이 결국 참가자 경험도 살린다.
   야근과 수작업으로 버티는 구조에선 표정이 굳고,
   그 분위기가 송년회 전체를 덮습니다.
   반대로, 흐름이 잡힌 구조에서는 담당자도 행사 자체를 즐길 여유가 생깁니다.

7. 다음 연말을 준비하는 HR/경영지원팀에게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올해도 연말 사내 네트워킹 송년회를 준비해야 하는 HR/경영지원 실무자라면
모든 걸 다 바꾸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대신, 딱 세 가지만 미리 적어보시면 좋겠습니다.

1. 우리 회사 송년회에서 진짜로 만들어지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2. 그 장면이 일어나려면, 입장 후 첫 10분에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3. 그 흐름을 설계하기 위해, 사전등록–체크인–자리 배치–첫 대화를
   한 줄로 묶어주는 운영 뼈대(CoP 같은 구조)가 우리에게 있는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대부분 “마음은 있는데 손이 부족한” 데서 옵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저희 같은 이벤트테크 팀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한 번 행사 흐름과 운영 구조 자체를 다시 짜보고 싶다면,
당신 조직의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함께 설계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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